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기술주가 고전하는 반면 ‘가치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버크셔가 ‘알짜배기 방어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버크셔해서웨이 Class A는 전날보다 3983달러(0.81%)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49만 378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50만 달러(6억 2000여만 원)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버크셔해서웨이 Class B도 전날보다 3.38달러(1.03%) 오른 329.98달러에 장을 마쳤다. 버크셔 A주와 B주의 시가총액 합계는 908조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버크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10% 넘게 상승했다. 이는 올 들어 12% 급락한 S&P500지수, 하락세에 들어간 나스닥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버크셔의 주가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274억 6000만 달러(약 34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성장세의 원동력이 된 덕분이다.
버핏의 방어형 가치 투자 전략이 금리 인상·인플레이션 악재를 버텨내고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전가력을 보유한 애플·코카콜라 등에 장기 투자하고 있는 버크셔는 지난 4분기에는 셰일가스 업체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을 잇따라 사들인 데다 셰브론 등의 정유주에 일찌감치 베팅하면서 인플레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꾸려왔다.
한 주당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버크셔 A주의 30분의 1 가격에 B주를 발행해 투자 접근성을 높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을 보고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한다는 버핏의 철학이 버크셔의 주가를 통해 나타나는 셈이다.
이 같은 상승 추세에 국내 서학 개미들도 버크셔에 눈독을 들이며 보유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증권 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종목 중 버크셔해서웨이 A와 B가 각각 31위, 32위에 자리했다. A주는 2억 3069만 달러, B주는 2억 2953만 달러 등 총 4억 6023만 달러어치(약 5700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까지 버핏의 개인 재산은 1140억 달러로 세계 억만장자 8위였지만 버크셔 주가 급등에 힘입어 5위로 3단계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