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의 사이버전을 위해 만든 해킹그룹 '우크라이나 IT 군대'가 창설 보름여 만에 가입자 30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이날 기준 우크라이나 IT 군대는 가입자 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발발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해당 IT 군대를 창설했다.
이들은 그룹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집단 공격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러시아 웹사이트에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퍼부으라고 지시가 내려오면 이들이 실행하는 식이다. 우크라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알렉스(가명)는 가디언에 IT 군대가 대체로 디도스 공격에 동원된다고 전했다. 그는 "표적이 된 홈페이지 링크가 그룹방에 올라가면 30분 이내로 홈페이지가 다운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출신 IT 전문가 30대 엔리케도 IT 군대 자원자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참가자들한테 무언가를 부수거나 작동시키라고 요청하면 바로 된다"고 말했다. IT 군대 일원인 10대 스위스인 칼리는 "나의 해킹 기술을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었다"며 "우리가 러시아의 인프라를 해킹하면 작동되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러시아가) 아마 멈출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은 IT 군대가 러시아 정부와 국영 언론매체 등 일부 홈페이지 접속을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표적이 된 크렘린궁과 러시아 연방의회의 하원인 국가두마 홈페이지 접속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국영 언론매체나 가스 기업 가스프롬, 일부 은행 등도 표적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사이버안보 전문가들은 IT 군대에 우려의 시선도 보냈다. 국가안보·첩보전문가 애그니스 베네마는 "해커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지시를 받기 시작하면 전투원으로 간주돼 군사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서리대 사이버안보 교수인 앨런 우드워드는 "그 그룹 안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다"며 향후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우드워드 교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지 않는 표적을 공격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며 병원 같은 곳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러시아에) 혼선을 줄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해킹) 공격은 러시아군의 전투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며 군대의 실제 효용성에도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