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80%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로 이직·해고 쉽게 해야”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
안정적 일자리 확보 시급한 상황
노동시장 유연성 낮추는 건 노조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전제조건

지난 1월 서울시내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중장년 구직자만이 구인 공고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오승현 기자 2022.01.24

우리나라 일자리 증가분 대부분을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가운데 보건업이나 공공행정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증가해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매우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내 경제학자 10명 중 8명은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한 상태에서 이직·해고 등이 쉽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경제학자 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현재 한국 상황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동의함’이 29%, ‘강하게 동의함’이 52% 등 81%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음’은 16%, ‘확신 없음’이 3%로 ‘강하게 동의하지 않음’은 한 명도 없었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찬성하는 경제학자 대부분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기존 근로자의 이직, 해고의 용이(65%)’를 꼽았다. 이외 답변은 ‘근로자당 노동시간의 신축성(12%)’, ‘근로자 고용의 용이(4%)’, ‘기타(19%)’ 등이 나왔다. 기타 답변으로는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호봉제 탈피, 직무급 임금체계 전환, 성과 평가에 따른 보상 체계 마련 등이 나왔다.


현재 한국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노동조합(33%)’이 1순위로 꼽혔다.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20%)’,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13%)’, ‘블라인드 채용(7%)’, ‘기타(23%)’ 등도 함께 거론됐다. 기타 답변으로는 이중적 구조, 노동시장 관행, 경직적인 호봉제 위주 임금 구조, 기존 근로자 고용 보호를 위한 규제 등이 지목됐다.


유연성 확대에 동의한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유연성을 크게 확대해야 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받기 때문에 시장이 더 공정해진다”며 “다만 동시에 해고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크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청년층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노동시장 경직성”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쉬운 해고로 단순 연결하면 안 되고 성과 평가에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용과 해고가 용이한 수량적 유연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임금이나 근로 시간, 작업 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봉제에서 탈피해야 하고, 임금 수준은 각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화되는 고용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용?해고 등 인력 조정과 직무 조정의 용이성을 높여야 하고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