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쏟아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15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경제·개인을 겨냥한 4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우선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EU의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러시아산 철강 제품 수입도 불허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수출액은 33억 유로(약 4조 52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EU는 전망했다. 다만 일부 EU 회원국이 러시아의 원자력발전 관련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원전 관련 투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도 이번 제재에서 빠졌다.
이날 EU는 300유로(약 41만 원)가 넘는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했다. 러시아 상류층이 애용하는 보석·캐비어·와인·핸드백 등이 대상이며 5만 유로(약 6850만 원)를 초과하는 자동차 수출 길도 막았다. EU 관계자는 “러시아 엘리트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충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송유관 업체 트랜스네프트, 석유·가스회사 가스프롬네프트 등 특정 러시아 국영 회사와의 거래가 금지되고 러시아 개인과 단체에 대한 신용 평가 서비스 제공도 중단된다. 이 외에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와 크렘린궁 인사 등 개인 15명과 단체 9곳이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콘스탄틴 에른스트 채널1 대표 등이 포함됐다.
미국 역시 러시아의 침공을 도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의 부인 할리나 루카셴코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같은 날 영국도 초고가 사치품의 러시아 수출을 즉시 금지하고 보드카 등 수백 개 수입품에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제재로 맞불을 놓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 인사 및 유명 활동가 13명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멜리나 졸리 외무장관 등 캐나다인 313명을 입국 금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편 북미와 유럽 각국을 회원국으로 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했으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와 EU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백악관 측은 “러시아 침공 방어 방안과 대(對)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중대한 시기에 북미와 유럽은 계속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