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립국 선언과 러시아군의 공격 중지 및 철수를 포함한 ‘휴전 합의 잠정안’을 마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휴전 협상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 양국이 총 15개 항목으로 이뤄진 합의 잠정안을 작성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논의가 진척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항목들 가운데는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을 선언하고 자국 군에 대한 일정 부분 제한을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군이 즉각 공격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를 철회하고, 미국이나 영국, 터키 등 외국의 군사 기지나 외국 무기를 유치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러시아가 병력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이 같은 방안을 4차 협상이 처음 열린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도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는 러시아 측 발표와 맥을 같이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협상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관련 일부 사항은 합의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아직 협상 타결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협상 자체가 점차 현실성을 갖춰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측은 4차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스웨덴 또는 오스트리아식 중립국화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중립국으로 만드는 방안이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는 ‘타협’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이날 내놓았다. ‘스웨덴 또는 오스트리아식’이란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처럼 만들되 자국 군대는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들 국가는 육군과 해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립적인 비무장 국가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침공 명분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인 만큼 군대 보유를 허용하는 것은 러시아가 한 발 양보한 것이라는 게 페스코프 대변인 발언의 의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철회’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중립국화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중립국 지위와 함께 자국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에 러시아가 먼저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지금은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우크라이나식’ 모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간 논의가 계속 진전돼 실제 휴전에 이를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우크라이나에 진지한 협상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등 러시아 측이 협상에 대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논평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