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 시장경제 민간 역할 훼손 말아야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지자에게만 보상 약속한 공약
강행땐 결국 소외받는 이들 생겨
새 정부, 시장 개입 최소화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환경 초점을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양대 후보들 간의 근소한 차이로 결판이 났다. 많은 국민은 밤잠을 설치며 개표 결과를 지켜봤고 다음 날 아침 이긴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그리고 진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나라가 망하게 됐다는 걱정을 한다.


국민이 대통령이 누가 됐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일견 당연하고 또한 바람직해 보인다. 정치에 관한 관심은 당연히 정치인들이 더 열심히 국민을 위해 일할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밤을 새우며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과연 국민의 관심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일할 유인을 주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이제 물러나는 정부가 만들어 낸 문제들은 엉망이 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관련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인 남녀 간의 갈등 같은 일견 정치적인 문제들도 이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를 충족시킨 집단에 대한 반감이 원인의 일부라고 보이는데 이들 집단의 이해도 결국은 왜곡된 경제적인 보상으로 충족됐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선출직 대표를 국민이 뽑고 대표가 투표자인 국민을 위해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제도이다. 국가 경제의 자원 배분에 대한 의사 결정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런데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자원 배분을 자신과 가까운 사람, 혹은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결정한다면 선거는 국가의 경제적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된다. 후보들의 선거 공약이 퍼주기성 정책들로 가득한 것은 선거의 이런 성격을 이해하면 당연해지고 선거운동은 사실상 매표 행위가 된다.


자신을 뽑아 주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공약인 셈이다. 모든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결국 국민들을 갈라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국민 대부분은 재화를 만들어 경제에 기여하는데 정치인들은 한 집단의 국민이 만들어 낸 재화를 빼앗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집단에 넘겨주는 일을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게 된다. 수많은 공적인 자리는 자신을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나눠 준다. 국가 경제의 성장은 자신이 보상해야 하는 집단의 이해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중요해진다.


이러한 정치 현장에 대한 묘사가 현실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도입된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 다양한 정책들을 보면 우리 정치권은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시장경제는 상당히 복잡한 규제 체계 아래 작동을 한다. 시장경제가 민간의 창의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 시장에 규율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의 규율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정치권이 담당해야 하는 주제다. 그런데 이 규율을 정하는 자가 경쟁의 승자가 누구인지까지 결정해 주는 것은 곤란하다.


새로 시작하는 정부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존중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시장경제를 존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을 위해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막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들어 내겠다는 종류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민간의 역할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재정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기술적 수월성이 아니고 정부의 지원을 쟁취하는 정치술 덕택에 시장의 승자가 된다.


다음번 대통령 선거 때는 온 국민이 밤을 새워 가며 결과를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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