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언론 편향성에 반기드는 기자들…사임 속출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채널1 생방송 현장에 TV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반전 팻말’을 들고 등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 국영 방송사에서 전쟁을 옹호하는 편향성을 띄자 언론인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언론인부터 비러시아인 기자 등의 사임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 14일 러시아 국영 채널1 TV의 유럽 특파원이던 잔나 아갈라코바가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회사 동료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가 자사 생방송 뉴스에 난입해 반전시위를 한 지 몇 시간 후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쟁사 NTV에서 2006년부터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던 릴라 길데예바와 약 30년간 NTV에서 일했던 바딤 글러스케르도 같은 날 사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을 지낸 마리아 바로노바도 최근 회사를 떠났다. 그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러시아의 평판을 무너뜨렸으며 러시아 경제는 죽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매체에서 일하는 비러시아인 기자도 줄줄이 그만두고 있다. RT의 런던 특파원 샤디아 에드워즈 다슈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이유 없이 사임했고, 같은 날 모스크바에 일하던 RT 기자 조니 티클도 최근 사건을 고려한다며 그만두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RT에서 진행자로 일했던 프랑스인 프레데릭 타데이는 프랑스가 러시아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조국에 대한 충성심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며 사임했다.


러시아 최대 토크쇼 '이브닝 유르간트쇼'의 진행자인 이반 유르간트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는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려움과 고통. 전쟁을 중단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검은색 사각형의 게시물을 올렸다.


많은 언론인이 러시아 최대 관영 미디어 그룹 VGTRK의 문을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전쟁 당위성을 선전하는 역할에 회의를 느끼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 국영TV에서 푸틴 대통령의 견해를 주도적으로 지지하는 언론인은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블라디미르 솔로바요프와 러시아 유명 언론인 마르가리타 시모냔 등은 공개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한 바 잇다. 시모냔은 "이 시점에서 러시아인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러시아인은 진짜 러시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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