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진출 '골목상권 침해', 스타트업 성장 저해 등 논란 예고

현대차·기아차 83% 이상 시장 점유로 독과점
보상판매 등 통해 중고차 물량 흡수해 시장 왜곡
헤이딜러 등 중고차 플랫폼 스타트업 성장도 저해
과거와 달리 시장 투명해져 대기업 진출 명분 떨어져

중고차매매 단지. /연합뉴스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이 허용되면서 ‘골목상권 침해’를 비롯해 중고차 매매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장 저해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고차 매매업자 중 대부분이 소기업·소상공인인데 정부가 국내 완성차 대기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허용했다. 이로써 3년 동안 끌어오던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적합 업종 지정이 부결됐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만료되자 같은 해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중기부에 요청했고, 중기부는 2020년 5월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결정을 미뤘다. 그러다 최근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 진출 청사진을 제시해 대기업의 진출이 사실상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는 정부가 결정을 형식상 미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현실화된 것이다.


심의위가 허용을 결정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지속 성장하는 시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마지막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자동차판매업에 대해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을 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5년·10만㎞ 이내 중고차 판매, 연도별 시장점유율을 제한할 경우 골목상권의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기의 제한이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83%에 달하는 등 두 기업은 독과점 사업자인 까닭에 시장을 더욱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중고차업계의 우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차 점유율도 현대차, 기아차가 압도적인데 보상판매 등을 통해 중고차 물량을 흡수할 경우 시장 불균형과 중고차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정보비대칭 시장으로 인식돼 불신이 높았지만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다. 과거 중고차 매매 시장의 경우 허위 매물을 비롯해 거짓 정보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됐지만 최근에는 헤이딜러, 엔카 등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도 상당히 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대기업의 진출이 시장을 투명하게 할 것이라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다 죽는다”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상도에도 벗어나고 소상공인들의 생활 안정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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