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은 전범" 첫 언급…우크라에 8억달러 무기 지원

AP "가장 강력한 규탄 발언"
스팅어 등 무기 8억弗 공급도
크렘린 "용납할수 없다" 반발
나토가입 중단 등 15개 항목
러·우크라 '평화안' 논의 속
어린이 등 민간인 잇단 공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관한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범”이라고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8억 달러(약 9876억 원)에 달하는 추가 군사 장비 지원을 결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논의하는 등 휴전을 향한 협상이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을 향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개최된 행사가 끝난 뒤 푸틴 대통령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백악관은 ‘전범’이라는 단어에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AP통신이 “미 당국자가 푸틴 대통령에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가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크렘린궁은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포함한 8억 달러 규모의 군사 장비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국민 연설에서 “800기의 (스팅어) 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헬리콥터, 9000기의 대전차 미사일, 7000정의 총기류 등을 추가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규모는 이번 주에만 10억 달러(약 1조 2345억 원)에 달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대피한 한 극장이 러시아의 폭격을 당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건물에는 1000~1200명의 시민이 대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성 촬영 사진에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건물 앞뒤 2곳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을 뜻하는 단어가 흰색으로 크게 적혀 있었다.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자포리자 주지사도 마리우폴을 탈출해 고속도로를 따라 자포리자로 향하던 민간인 차량 행렬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부 체르니히우에서도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 등 10명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에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임시 결정을 내렸으나 강제력이 없어 러시아 측의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외교적 해법에 대한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측 협상 대표단이 15개 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중단, 외국 군사기지 유치 및 무기 배치 불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군대 보유를 허용하되 무장 수준에는 제한을 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급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철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FT는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방정부 지원 관련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탈군사화 및 탈나치화 문제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숱하게 거짓말을 해온 러시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협상 역시 병력 재정비를 위한 시간 끌기 전략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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