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0.50%로 올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3년 3개월 만이다. 연준은 연말 금리를 1.875%로 제시해 올해 남은 여섯 차례 회의에서 연속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이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가 상승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부터 양적 긴축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긴축의 시대’ 진입을 선언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등 신흥국발(發)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금리 수준을 미국의 인상 기조에 맞출 경우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연간 39조 7000억 원 더 늘어난다.
그런데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여야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돈 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긴축 정책을 펴는 시점에 현금을 살포하면 물가를 자극하는 등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을 당장 멈춰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소상공인 50조 원 지원과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선심 공약들을 현실에 맞게 구조 조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는 중대 시점이어서 한국은행 총재의 공백 장기화도 우려된다. 이달 말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차기 인선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제대로 된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긴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등의 잘못된 경제 철학을 지닌 인물을 한은 총재로 앉히려는 ‘코드 인사’ 과욕과 고집을 버려야 한다. 신임 총재의 임기가 차기 정부와 겹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시장경제 철학에 맞는 유능한 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