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길어진다면서도…또 방역완화 "코로나 무정부 상태"

'밤 9시→10시→11시 영업' 이어 사적모임 8명까지 늘려
불편해소 차원이라지만…전문가 "환자 더 늘어날것" 우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의 한 주점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동안 6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정점을 향하는 가운데 정부가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폭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기이기에 인명 피해가 더 늘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2주간 사적모임 규모를 최대 6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13종의 영업시간(현행 오후 11시)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두 차례 조정을 통해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에서 10시까지로, 다시 11시까지로 1시간씩 연장한 데 이은 세번째 방역 완화 조치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정점이 불확실하고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방역 조치를 큰 폭으로 완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와 국민 불편이 누적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유행 정점 이후에는 방역상황과 의료체계 여력 등을 확인하면서 운영시간과 모임·행사·집회 규모 제한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다만 유행 정점이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모임 인원 제한만 소폭 완화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미크론 확산 피해만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4일부터 병원·의원에서 시행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도 확진자로 판정하고 학교 내 감염이 증가하면서 최근 확진자 규모는 40만~60만 명대로 증가한 상황이다. 중대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60만명을 넘어 정점기에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확산세가 예상보다 높은 상황으로, 정점 구간이 다소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 증가에 따라 재택치료자, 위중증 환자가 증가해 의료체계에 부담이 실리고 소아·분만·응급 등 특수 의료서비스 제공에는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확산기에 굳이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이유나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며 "환자 증가로 이미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 등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 "유행 정점의 환자 수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거리두기 완화가 환자 증가 폭을 크게 하고 증가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점 기간이 더 길어질지는 더 봐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다음번 거리두기 조정 땐 제한 조치를 대거 완화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계속 시사해왔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수가 60만 명대까지 치솟고 사망자 규모도 급격히 증가하자 방역 대폭 완화에 따른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롭게 조정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오미크론 대유행과 의료대응체계 부담, 그리고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기에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거리두기 '대폭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점차 완화'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정부는 또 오미크론 변이의 높은 전파력으로 인해 기존 거리두기의 효율성과 수용성도 저하된 것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 한 주간 190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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