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남욱 “정영학 녹취 140시간 전부 재생”…법정 공방

검찰 “이미 아는 내용, 이해 안돼” 신경전
재판부도 “전부 재생하면 너무 길어” 난색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결정적 증거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전부 재생할지를 두고 검찰과 기소된 사업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8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5회 공판을 열어 녹취 파일을 비롯한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했다.


재판부는 먼저 “검찰이 최근 의견서에서 총 133개의 녹취파일 전부가 공소사실에 필요하지 않고 일부만 증거조사하고 나머지는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검찰은 피고인들이 어떤 녹취록의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특정해 줘야 어떤 증거를 조사할지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녹음파일은 그 자체로 이미 정영학 피고인에 의해 선별됐고 검찰에서도 선별한 상태라 녹음된 부분 전후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녹음파일 전체를 다 듣는 방법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검찰에 있는 만큼 사적인 내용이 있다면 검찰이 (증거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변호인이 내용을 확인하고 (다투는 부분을) 특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도 “구속된 피고인으로서는 녹음파일을 확인할 방법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맥락에서 이뤄진 대화인지 확인도 못한 상태에서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선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대장동 개발사업 수사의 핵심 증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녹음 파일의 내용은 언론에도 잇달아 공개된 바 있다.


검찰은 “녹취록을 제출하고 시간이 꽤 흘렀고 피고인들이 겪었던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변호인들이) 이미 내용을 검토했을 텐데 막연하게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 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이 총 140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며 “그걸 다 듣는다면 한두 기일 만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드러냈다.


이날 공판에는 하나은행 부장이자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대장동 사업을 수행한 시행사 ‘성남의 뜰’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세 차례 대장동 사건의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피의자 신분으로도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에게 “하나은행이 이 사건에서 대출을 많이 해줬는데, 대출의 대가로 김만배 피고인이 30억원에서 50억원을 주겠다고 했던 부분에 관해 조사받은 일이 있냐”고 물었고, 이씨는 “그걸로 조사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대출 관련해서 김만배 피고인이 증인에게 50억원을 주겠다고 한 일로 조사받은 일이 한 번도 없나”라고 묻자, 이씨는 “금품 받은 일이 있냐고 (검찰이) 물어봤고, 받기로 약속한 일이 있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에게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영화 ‘무간도’를 언급하면서 ‘정민용 변호사를 성남도개공에 심어뒀다’는 취지로 말한 일이 있는지 물었지만, 이씨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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