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집무실 이전이 아닌)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하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임 전 실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집무실 이전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는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러면서 임 전 실장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여민관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어 비서실장은 30초, 안보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이상 전원이 1분30초면 대통령 호출에 응대할 수 있다"면서 "모든 조건이 완비된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또한 "코로나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지친 일상에 빠진 국민이 위로받도록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면서 "부동산이 각종 규제 완화로 들썩이고 있어 이를 안정시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임 전 실장은 "외교관계 정립도 급하다"면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 가입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 최선의 국익인지, 중국과의 갈등은 어떤 해법이 있는지, 책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덧붙여 임 전 실장은 "국가 안보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데 별다른 대책도 없이,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데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심지어는 예산 편성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 임 전 실장은 "급히 결정할 다른 이유가 없다면 국민과 함께 민주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좋다"면서 "1년 정도 후에 국민의 새로운 기대감 속에 이전을 완료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임 전 실장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집무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안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에서 검토했던 내용도 참고하고, 정식으로 예산도 편성해 국가 중대사에 걸맞은 집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안철수 인수위원장, 기획조정·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등과 회의를 가진 뒤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청사 두 곳을 후보지로 압축했다. 또 관련 인수위원들이 18일 현장 두 곳을 직접 방문해 점검한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때 국방부 신청사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윤 당선인이 대선 초기부터 ‘광화문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방부 청사를 택하기엔 군 시설 이전 등 민감한 사안이 있는 만큼 두 곳 중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방부 신청사는 경호와 비용 문제에 있어 유리하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혀왔다. 이날도 기존 청와대 부지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전제로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을 용산으로 옮기는 방안과 대통령 관저를 용산구 한남동의 국방부 장관 공관 등을 개조해 마련한 뒤 추후 용산공원과 인접한 부지에 새 관저를 신축해 이사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됐다. 청와대 영빈관 후보지로는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 이전과 예산 소요 등 문제를 두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신중론이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외교부·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한 곳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때 용산 이전에 무게가 실렸지만 오늘 회의를 통해 전부 열어놓고 충분히 논의해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