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 쓴소리에 재갈 물리면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나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내부에서 쏟아지는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망언” “배신” 운운하며 재갈을 물리고 있다. 고민정·김의겸 등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4명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사에 반성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선거에 필요할 때는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좋은 정치냐”며 비난했다. 민형배 의원은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 채 위원을 즉각 내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고 반성문을 써야 할 당사자들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 것이다. 앞서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해 생각하면 내로남불, 위선, 오만, 독선, 맹종, 패거리 의식 등을 떠올린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김우영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총구를 거꾸로 돌려 쏘는 작은 배신 반복자 이상민 축출하라”는 막말을 했다.


요즘 민주당 분위기는 한마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식 정신 승리다. 역대 최소 표차로 졌다는 점을 내세워 현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박용진 의원은 “0.7%포인트 차의 아까운 패배라는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책임을 외면하거나 민주당의 문제점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정권 교체 파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다”는 김병욱 의원의 반박이었다.


민주당은 패배의 원인을 짚어보고 환골탈태를 시도해도 모자랄 시간에 지나간 ‘대선 버스’를 아쉬워하며 당내의 쓴소리를 막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못하면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이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은 부동산·일자리·안보 정책 등의 실패와 독선·위선 탓이다.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뼈저리게 반성하고 나라를 위해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