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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빅4’ 중 하나로 꼽히는 명문 구단 첼시 매각 전에 하나금융그룹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포츠 구단의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부동산 개발업자인 닉 캔디 측은 하나금융투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첼시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지분 매입이 아닌 컨소시엄에 대출 투자자 형태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스포츠 구단에 투자한다는 개념이 생소한 게 사실이다. 지난 2015년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LA다저스 인수를 추진하다가 결국 무산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스포츠 구단 투자가 부동산처럼 장기적으로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투자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단주인 데이비드 글래스는 지역 사업가인 존 셔먼에게 약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구단을 매각한 바 있다. 미국 최대 할인마트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글래스가 2000년 로열스를 9600만달러(약 1150억원)에 매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10배가 넘는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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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의 또 다른 강팀인 맨체스터시티의 모(母)회사 격인 시티풋볼그룹(CFG)도 지난 2019년 미국계 사모펀드 회사인 실버레이크에 지분 10%를 5억 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프로 스포츠 구단을 매입하는 배경에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메리트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프로 스포츠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상류사회’ 클럽 멤버로 진입하는 티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구단주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 오너들이 스포츠 구단 운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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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프로야구 구단인 NC다이노스는 일명 ‘택진이 형’으로 통하는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의 강한 후원 덕분에 단기간에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SSG 랜더스를 매입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티켓 자체가 비싸지 않고 아직 중계권료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낮아 구단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전통 오락인 스포츠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도 구단들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포츠 구단도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하고 있다. 경기 외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적재산권(IP)을 발굴 할 수 있어야 내재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