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업체 연락 '뚝'…美中서 웃돈 주고 가스 조달

■ 반도체 가스값 급등
우크라內 제조시설 타격 현실화
당분간은 공급망 정상화 어려워
포스코·현대제철 등도 철강값 인상


2월 반도체 가스 수입액 통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의 원자재 가격 급등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공습이 지난달 24일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한창 전쟁이 전개된 이달 원자재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공급망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태가 가라앉기 전까지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수입 가격이 최대 6배 급등한 네온·크립톤·제논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희귀 가스다. 네온은 빛으로 반도체 회로 모양을 웨이퍼 위에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크립톤과 제논은 회로를 얇고 깊게 파내는 식각 공정에서 쓰인다. 희귀 가스로 분류되는 이 원자재는 철강 제조 이후 생긴 부산물에서 포집한다.


이 분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30~50% 정도 세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월부터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가격이 지난해 대비 급등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가스 가격이 오르고 있었지만 대외 갈등으로 상승 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잉가스·크라이오인 등 우크라이나 영토 내 가스 제조 설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외신이 보도되고 있다. 국내 업계도 현지 업체와의 연락이 두절돼 미국·중국 업체에 웃돈을 주고 가스를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이 사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TSMC·마이크론 등 국내외 업체들은 충분한 가스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네온과 제논·크립톤 할당 관세를 0% 적용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것은 철강 업계도 마찬가지다.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산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최근 들어 톤당 65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아울러 철광석 가격은 이달 11일 기준 톤당 159.79달러로 연초 125.18달러 대비 15% 이상 올랐다. 냉연 도금 강판용 원자재인 아연 가격도 지난 17일 톤당 3805달러로 지난해 평균보다 26.5% 올랐다.


원가 부담 상승에 철강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서는 분위기다. 먼저 포스코가 올해 철강 유통업체로 판매하는 후판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6만 원 인상했고 현대제철도 이달 들어 톤당 3만~5만 원 올렸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원가 급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폭의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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