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없고 대기만 3시간' 인데…정부 "신속항원검사 병원 추가 안 해"

동네 병·의원, 검사자 몰리고 행정 업무도 급증
대한의협 "일선 병의원 차원의 대책 마련 힘들어"
중수본, 16일 "코로나19 진료 병원 모집 중단"

지난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피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4일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온 경우에도 바로 코로나19 확진으로 인정하도록 한 이후 일주일여 지났지만 여전히 동네 병·의원 곳곳에서는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키트가 없어 발길을 돌리거나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3시간 넘게 기다리는 등 시민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서울경제가 만난 시민들은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한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린 탓에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의 동네 의원을 찾은 조 모(27)씨는 “퇴근을 하고 늦은 시간에 병원을 찾았으나 키트가 모두 소진돼 발열 등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다음날이 돼서야 병원을 다시 찾아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구의 한 의원을 찾은 박 모(26)씨는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줄을 섰는데 오후 12시 30분이 돼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놀이공원에 기구를 타러 줄을 서는 것도 아닌데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벌벌 떨며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한 줄이 길어지면서 일선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크게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40만 명 가까이 쏟아지면서 이들은 매일 1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처리하느라 하루가 모자라다. 서울 노원구의 한 의원 관계자는 “하루에 검사를 하는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며 “대기가 길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키트가 모두 소진되는 경우도 많아 시민들의 항의를 감내하는 것도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다른 의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검사 자체뿐만 아니라 확진 판정을 위한 행정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해 업무가 배로 늘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지난 16일 되레 신속항원검사를 포함한 코로나19 진료를 담당하는 동네 병·의원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현재까지 확보한 병원 등 기관 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모집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의원은 전국 7321개였으며, 같은 날 신규 확진자 수는 20만 2721명이었다. 10일 후인 지난 17일 병·의원은 9232개,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 7017명을 기록했다. 10일 간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배가량 증가했으나 병원은 26% 느는 데 그쳤다.


의료 단체들은 정부가 일선의 현실을 외면한 채 문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해 의료 현장은 감염 재난에 가까운 마비 상황인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확진자 대비 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 병·의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의협 관계자는 “아파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어떻게 대기 줄이 길다고 내쫓는 말을 하냐”며 “확진 판정 처리과정에서 행정 업무도 밀리고 있는데 바뀐 지침에 적응해서 따라가는 것도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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