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아닌 가시밭길 스스로 넘어야 할 시진핑 [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習 3연임 '빛나는 대관식' 꿈꿨지만
코로나 재확산·경제 성장전망 암울
우크라 사태로 서방국가 압박도 거세
난관 뚫고 장기집권으로 갈지 주목



중국에서는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양회가 열린다. 한 해 정부의 운영 방침이 결정되는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로 중국은 물론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10월께 열릴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기 집권을 공식화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3연임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양회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소문난 잔치’였을까? 먹을 게 없었다. 양회의 하이라이트인 정부 업무 보고 때 리커창 총리는 발표문에서 유독 ‘안정(?)’을 강조했다. 2020년 ‘쌍순환’, 2021년 ‘홍콩 국가보안법’ 같은 굵직한 이슈는 찾아볼 수 없었고 리 총리는 무려 76번이나 안정을 외쳤다. 경제는 물론 사회의 안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올가을 시 주석의 연임에 꽃길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명확해 보였다.


안정을 강조했지만 공교롭게도 중국은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강력한 통제 위주의 방역 조치를 뚫고 중국 전역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된 탓이다. 동북3성의 지린성, 남부의 경제 중심인 광둥성, 서부의 상하이와 산둥성 일대까지 확진자 발생 지역이 넓어지면서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역 또는 도시 봉쇄 이후 전수 검사를 반복하며 확진자 색출과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확진자 급증은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역이나 도시 전체를 막고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확산되고 불만도 늘어났다. 기저 질환자로 애써 치부했지만 1년여 만에 나온 사망자는 공포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발 위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제 불안을 키울 조짐이다. 주식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일 폭락했다. 당국은 16일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보이는 손’을 가동했다. 처방 약은 다행히 시장을 안정시켰으나 일시 봉합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5% 내외’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5.3%에서 5.1%로 낮췄다. 봉쇄 위주의 정책이 소비·생산 등에 악영향을 미쳐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부 요인은 중국에 더 많은 걸림돌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은 되레 뭇매를 맞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서방국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만큼이나 연일 중국 때리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 맞서 우방 국가인 러시아와 협력을 이어가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과도 원만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묘수’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위해 미국, 유럽연합(EU)과의 무역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과 6570억 달러, EU와는 8280억 달러의 무역액을 기록했다. 반면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는 1400억 달러에 그쳤다. 중국은 러시아를 돕자니 더 큰 희생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에 맞닥뜨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은 대만해협으로도 옮겨붙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우려한 미국과 서방국가는 연일 중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면서도 외부 시선을 고려해 신중 모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시나리오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초만 해도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코로나19 방역 통제를 이어가 시 주석의 대관식을 빛나게 하는 결말을 구상했을 것이다. 뻔한 결론은 감동을 주기 힘들다.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에 마주한 시 주석이 어떻게 스스로 이 난관을 뚫고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정치력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권력욕에 눈이 먼 독재자로 전락할 수도,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역사에 길이 남을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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