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고전하는 유럽과 달러의 미래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동유럽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양국의 경제와 교역 등 직접적인 영향보다 원자재 공급 교란과 금융 여건 긴축 등에 따라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까지의 경제적 영향과 금융시장의 반응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 비슷한 점, 다른 점이 모두 있다. 이에 대해 정리해보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 성장세에는 하방 리스크, 인플레이션에는 상방 리스크로 반영된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 지표가 방향성 측면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침체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전쟁의 확산 가능성 및 리스크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관련 영향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경제 권역별 차별화된 영향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지역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에너지 순수출국은 부정적 영향이 제한될 것이다. 미국 또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환경을 지지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셋째,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전쟁은 단기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주식 등 위험 자산 가격의 조정을 유발하고, 달러화와 선진국 채권 등 안전 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여기에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크레디트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이머징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와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스프레드가 상승하는 등 전형적인 위험 회피 모습이 관찰된다.


넷째, 중앙은행은 대체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성장과 물가 전망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인플레이션 방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초기 긴축 속도가 빨라질 수 있겠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중앙은행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고,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QT) 등 정상화 사이클 자체도 조기에 종료될 위험이 있다.


다섯째, 국내 채권시장은 단기적으로 중립적, 중장기적으로는 강세가 예상된다. 미 국채 장기 금리는 전쟁 리스크 확대 초기에 하락한 이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반영해 재차 반등했다. 원화 채권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 채권의 방향성을 반영함은 물론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준(準)안전 자산의 지위를 시험받을 수 있다. 구간별로 트리플(주식·채권·환율 동반) 약세를 보일 수는 있겠으나 원화 채권은 결국 이머징 채권보다는 선진 채권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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