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 주부터 각 부처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부처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작고 유능한 정부’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에 맞춰 18부 5처 18청 등으로 비대해진 현 정부 조직을 대거 도려내 축소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가 이달 31일까지 업무 보고와 과제안 검토를 마치기로 한 만큼 열흘 이내에 각 부처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폭 축소했던 방식이 준용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21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회의를 열고 분과별 활동 계획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획조정분과 주도로 부처별 업무 보고 등 인수위 전체 일정과 보고 양식 등 인수위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각 분과에 안내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이번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로부터 17부 5처 16청 2원 5실 6위원회 등 51개 조직을 받아 18부 5처 17청 2원 4일 6위원회 등 52개 조직으로 출범했다. 이후 질병관리청 등이 생겨나면서 현행법상 정부 조직은 18부 5처 18청 2원 4실 7위원회 등 54개 조직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최대로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원 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104만 9030명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113만 1796명으로 7.9%(8만 2766명) 늘었다. 이와 함께 인건비 부담도 늘면서 올해 첫 40조 원을 넘겼다.
이에 윤 당선인은 비대해진 정부 구조 조정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정부가 민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작고 유능한 정부’를 수차례 강조했다. 정부 축소 의지는 20일 발표된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을 통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용산 국방부 청사 6~10층은 민관합동위원회가 입주할 예정이다. 청와대 직원조차 줄이면서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국정 운영에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다.
윤 당선인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유능하고 작은 정부’를 내건 이명박(MB) 정부와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18부에 달하는 전임 정부를 15부로 축소했다. ‘대부처주의’에 따라 유사하고 중복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부처를 통합해 정부 규모 자체를 줄였다. 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을 국무총리실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합쳤다.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 및 비상기획위원회를 행정안전부로 바꿨다. 해양수산부는 아예 폐지되고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기능이 이관됐다. 정보통신부도 사라지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기능이 옮겨갔다.
MB식 구조 조정 도마에 오른 정부 부처들은 떨고 있다. 특히 부처마다 미묘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수위에 보고나 파견조차 못한 부서들은 좌불안석이다. 윤 당선인이 폐지 공약을 냈던 여성가족부는 파견 직원 명단을 보냈지만 결국 인수위원 184명에서 배제됐다. 안 위원장이 ‘교육통제부’라고 표현한 교육부도 개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 부처들은 조직 개편 전반을 담당하는 기조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돼 얼굴을 맞대고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도의 명단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기조분과에는 기획재정부의 김완섭 예산총괄심의관, 김명규 전 종합정책과장, 오정윤 공공혁신과장 등이 포함됐다. 김 심의관 등 예산통이 포진된 만큼 단순히 조직을 합치고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예산까지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부처 개편이 관가의 예상보다 큰 폭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50조 원 규모의 손실보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 등도 강조하고 있어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경우 부처는 물론 대규모의 사업 재편은 불가피하다.
안 위원장은 이미 집도를 시작했다. 18일 경제1분과와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지출 구조 조정 논의를 진행했다. 인수위는 기조분과와 경제1분과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 사업을 포함해 예산 전반에 대해 구조 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부처 구조 조정으로 예산을 다이어트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의지인 만큼 대규모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