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실채권 규모도 전년보다 2조 원 넘게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0.5%로 전년 말(0.64%) 대비 0.14%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체 부실채권도 11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말(13조 9000억 원)보다 2조 1000억 원 감소했으며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2020년보다 1조 7000억 원이 감소한 10조 8000억 원이다.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에서 빌려주거나 지급보증한 돈 중 원리금이나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하는 돈으로 대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부실채권비율은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이 0.71%로 전년 말(0.92%)보다 0.21%포인트 줄었고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16%로 전년 말(0.27%)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여신 중 대기업 여신은 0.99%로 같은 기간 0.25%포인트 줄었고 중소기업 여신과 개인사업자 여신도 0.57%와 0.2%로 각각 0.19%포인트와 0.07%포인트 줄었다.
가계여신 중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11%로 전년 말보다 0.04%포인트 하락했고 신용대출은 0.26%로 같은 기간 0.07%포인트 내렸다. 신용카드 채권의 부실채권비율 역시 0.77%로 전년 말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씨티은행(0.47%)이 가장 높고 SC제일은행(0.19%)이 가장 낮았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15개 일반은행 중에는 경남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0.6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65.9%로 2020년 말보다 27.6%포인트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부실채권 대비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의 총잔액을 의미하는 것이다. 적립률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실채권보다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총액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부실채권비율이 감소한 것에는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관리와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처 등 정부의 금융 지원이 계속되면서 부실이 가려진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