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굶겨 굴복시키려는 러…"우린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

"러시아, 인도주의 통로 안 열어주고
물자 보급 지원도 막아" 시의원 비판
식수·전기 끊긴 마리우폴 시민들은
이웃 시신 묻고, 나무로 불 피워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 시민들이 20일(현지 시간) 시신들을 길가에 묻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시민들을 굶주리게 해 항복을 받아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들의 고통이 점차 심해지는 가운데 마리우폴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맞서고 있다.


드미트로 구린 마리우폴 시의원은 21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피난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도 열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 호송대가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고 있다"며 "러시아가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시민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구린 시의원은 "만약 마리우폴이 항복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시민들을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호송대도 못 들어오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린 시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3주째 마리우폴을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현재 약 30만 명의 마리우폴 시민이 전기는 물론 물과 음식조차 없는 상태로 도시 안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 등 인도적 물자 보급과 주민 대피가 절실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우크라이나는 보고 있다.


실제로 마리우폴 시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마리우폴에 위치한 대학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이리나 체르넨코는 20일 프랑스 로이터통신에 "11일간 집의 지하실에서 지냈는데 이런 상태로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나무로 불을 피워서 음식을 해먹고 있는데 일주일 안에 음식이 모두 동이 난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리우폴 시민 안드레이는 이웃들의 시신을 길가에 묻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안드레이는 "내 이웃들이 러시아의 폭격을 직접 맞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몇 주 동안 악화된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심해져서 사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리우폴은 동부 친러시아 반군의 점령지와 러시아가 2014년 무력 병합한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마리우폴을 포위한 러시아군은 20일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고 지원 물품 진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즉각 항복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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