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물적 분할 후 재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법안 개정에 나섰다.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물적 분할 후 재상장 금지’를 공약한 바 있어 민주당이 ‘이재명 공약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냈다는 점에서 여야가 법안 논의를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22일 물적 분할 후 재상장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의 인적 분할이나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만 물적 분할은 청구 대상이 아니다. 개정안은 주식매수권 청구 범위에 물적 분할도 추가해 소액주주들에게 위험을 회피할 길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기업이 회사가치를 떨어뜨리는 물적 분할을 강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동안 물적 분할은 기업들이 알짜 사업부를 우회상장하는 방식으로 악용돼왔다. 인적 분할이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줘야 하는 것과 달리 물적 분할은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어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전지사업본부를 분할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분할 안건은 주주총회를 통과했다.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한 반면 주당 100만 원이 넘던 LG화학 주가는 16일 44만 2000원까지 떨어졌다.
‘LG엔솔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이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지사가 “자본시장의 불공정을 시정하겠다”며 물적 분할 후 재상장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윤 당선인은 물적 분할 시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6일 자산이 1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물적 분할 시 주주 보호 방안을 공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던 문제”라며 “윤 당선인의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인 만큼 국회에서 여야가 적극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