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지나치게 높다"…파월 '5월 빅스텝'도 시사

■'인플레 파이터' 공격적 긴축 예고
가파른 물가상승·우크라 사태 장기화로 WTI 110弗 재돌파
부담 커지자 파월 "0.5%P 인상 필요하면 할 것" 매파 본색
월가 빠른 금리인상에 경기침체 우려…"증시 변동성 커질것"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오는 5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연준의 뚜렷한 매파적 움직임에 시장은 흔들렸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연 2.3%를 돌파했다.


21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파월 의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행사에 참석해 “고용 시장이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며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적절하면 어떤 회의에서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연준이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이 아닌 0.5%포인트 이상의 공격적 움직임을 펼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후 금리 선물 시장에서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이 52%에서 60%로 올라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은 연준이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파월 의장은 작심한 듯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물가가 높으면 긴축정책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지난 25년 동안 세계는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아 경기가 나빠지면 이를 지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우리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있고 가격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서라면 적정 수준의 금리로 묘사되는 중립 수준 이상의 금리도 피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여섯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 폴 매컬리 핌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이 연준의 임무가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것임을 명확히 했으며 이제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준비하라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당초 1분기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이 예측은 무너지고 있다”며 “나와 내 동료들은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 같고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날도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가능성에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 소식이 겹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1% 폭등한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 의장조차 1970년대의 오일쇼크를 거론하며 “지금 같은 광범위한 원자재 시장의 혼란은 최근에 없었다”고 할 정도다.


문제는 하루 500만 배럴가량 되는 러시아의 수출 물량을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반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긴급히 보냈지만 당장 사우디아라비아가 충분한 양의 증산에 나설지 미지수다. 이란 핵 합의 역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결정은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변수지만 독일도 단계적 축소는 협의가 가능하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대니얼 피커링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가 실제로 현실화한다면 유가가 다시 130달러대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는 게 월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음 달 12일 나올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같은 연준의 추가 대응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파월 의장이 과거 금리 인상기에 연착륙을 했던 사례가 있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그레그 브랜치 베리타스파이낸셜 창립자는 “지금으로서는 경기가 깜짝 성장하기보다는 경기 침체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점쳤다.


증시도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내 직감으로는 주요 지수가 곧 다시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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