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우크라 난민 800만 예상…美도 함께 수용해야"

난민 환영한다던 美, 올 3월까지 521명 수용 그쳐
유럽 국가들 수십·수백만명씩 수용…바이든 압박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 EPA 연합뉴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80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미국에 '항공다리(air bridge)'를 만들어 이들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이 이날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안전한 통로 뿐 아니라 연대의 '항공 다리'가 필요하다. 유럽과 대서양 건너의 모든 친구에게 우리가 함께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호소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유엔 난민기구(UNHCR)의 집계 결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34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면서 유럽은 2차 세계대전 후 최대 난민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배어복 장관은 난민이 8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며 이는 유럽의 '모든 국가'가 수십만 명을 수용해야 하고 일부는 대서양 건너로 보내야 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루프트브뤼케'(Luftbruck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1948~49년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 봉쇄를 뚫고 서베를린에 식량과 필수품을 공중으로 보급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 주 후반 브뤼셀과 폴란드를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난민을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1~2월 받아들인 난민은 514명 뿐이고 3월 1~16일 미국에 자리 잡은 난민도 7명에 불과했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입국하려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정에 따라 입국이 모두 거부되고 있다.


반면 유럽 각국에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이웃한 폴란드에는 200만 명 이상이 들어왔고 루마니아에는 53만5000명, 헝가리에는 31만2000명이 입국했으며, EU 비회원국인 몰도바도 36만5000명을 수용했다.


상황이 이렇자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항공다리 제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며 환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6일 EU 비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돕기 위한 '조정 플랫폼' 설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른 EU 외교관은 "독일이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미 항공다리 구상에 대해 제기했다"며 "EU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민 수용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에 가족이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입국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난민의 절대 다수는 이웃 국가에 머물고 싶어하며 미국은 이들에 대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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