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개혁→생산성 고도화→양극화 해소…尹 "저성장 고리 끊을때"

■ 尹 왜 교육-노동개혁 일성으로 꺼냈나
1인당 노동생산성지수 5년째 제자리…경제 재도약 발목
尹 '노동·교육·산업' 혁신으로 잠재성장률 4% 달성 의지
시간선택형 정규직·디지털 역량 강화 등 개혁 속도낼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 참석하며 각 분과 간사들과 인사하고 있다./권욱기자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5%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현재는 2%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선진국에 다가갈수록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이를 보이지만 하락세가 가파르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올해 2.35%를 기록한 뒤 오는 2033년 0%대(0.92%)에 진입한다고 경고했다.




1인당 노동생산성지수도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104.7에서 2018년 101.9로 거의 변화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세금을 통한 공공 일자리 확대라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국가의 성장 엔진을 돌리는 데 실패한 결과다. 성장 동력뿐 아니라 양극화도 해소하지 못했다. 시장 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2019년 11.56배에서 2020년 11.37배로 0.19배포인트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부동산 자산 격차가 심화된 것을 고려하면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교육과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절박함에서 나왔다. 산업 정책과 맞물린 노동·교육정책의 전환 없이는 ‘Y노믹스(윤석열표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인 ‘잠재성장률 4%’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성장률 상승이 양극화 해소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초저성장이라는 기조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국정 운영을 할 게 아니라 우리 산업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여 도약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정책, 거기에 부합하는 교육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 개혁까지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3월 10일자부터 서울경제는 모두 8회에 걸쳐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기획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과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진은 30년의 '성장 대계'를 세워야 한다는 첫 회와 노동·교육 개혁의 해법을 제시한 4·7회 시리즈. 윤 당선인이 23일 밝힌 저성장을 벗어나려면 노동·교육 개혁이 산업 정책과 맞닿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의 첫 간사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재 교육과 노동 개혁을 강조한 것은 잠재성장률 향상을 목표로 국정 과제의 밑그림을 그리라는 지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은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주요 변수가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 고도화와 노동 유연화 등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기 때문이다. 2%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윤 당선인이 유일하게 목표치를 제시한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더 나아가 잠재성장률 제고로 양극화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경제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서 “양극화가 과거에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능력을 갖추면 잘살 수 있다는 사회적 이동성이 원활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부모의 지위와 신분이 세습되는 사회로, 이 구조를 탈피하려면 국가 전체의 역동적이고 도약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요인으로 노동생산성을 꼽는다. 지난해 OECD가 밝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1.7달러로 OECD 38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의 인구절벽 속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개혁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단체장은 21일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노동 개혁과 중대재해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대표적 노동 개혁 방향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윤 당선인은 특정 사유에 한해 1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스타트업을 포함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또 전문직과 고액 연봉자는 문재인 정부가 정한 주 52시간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외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근로 전환 신청권’도 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중 하나다.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전일제 근로와 시간제 근로를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연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적립된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장기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연장 근로시간 총량에 대한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노동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81%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특히 노동시간 유연화와 쉬운 이직과 해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윤 당선인이 공을 들인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공약 역시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컨설팅 그룹 알파베타의 쥬느비에브 림 아태지역총괄은 “한국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OECD 평균 대비 20%나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과 인공지능(AI)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로그래밍을 통한 데이터 수집과 정보 분석 능력도 대학 입시에 반영하고 대학 기초과목에도 AI 튜터링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이외에 대학과 기업 등이 함께 첨단기술 분야별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도록 했으며 중소기업 맞춤형 직업훈련 특화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연구 인력을 위해 기초과학 연구 투자도 현 5조 원 수준에서 대폭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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