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기술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FAANG’주를 주목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와 삼성증권은 에너지·방위·농업 등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업종들로 구성된 새로운 FAANG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변화한 투자 환경에서 빅테크 주식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BoA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FAANG 2.0’에 관심을 가지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이는 에너지(Fuels), 방위(Aerospace), 농업(Agriculture),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Nuclear and Renewables), 금과 광물(Gold and Metals)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BoA메릴린치는 “최근 몇 년간 이례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던 섹터들이 높은 물가와 금리 인상기에 취약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다른 섹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FAANG주는 페이스북(현 메타플랫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빅테크 종목들을 의미한다.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최근 ‘FAANG 2.0의 등장:인플레 시대 투자 대안’이라는 보고서에서 “FAANG 2.0 테마에 대한 단기 피크아웃 우려가 상존한다”면서도 “분산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기술주 중심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용도라면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FAANG 2.0 주식으로 엑슨모빌·셰브런·록히드마틴 등 10개 기업을 지목했다. 이 기업들은 연초 이후 미국의 3대 주요 지수인 나스닥(-17.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0.7%), 다우존스(-7.7%)가 하락할 때 최대 30%의 초과 성과를 기록한 종목들로 인플레이션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엑슨모빌의 경우 연초 이후 26.2% 뛰었으며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이익 전망치가 오르며 밸류에이션 전망도 우수한 편이다. 셰브런 역시 연초 이후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34.9% 상승했는데 김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도 평균 밸류에이션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FAANG 2.0의 가장 큰 장점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가 가능한 것’을 꼽았다. 그는 “FAANG 2.0은 위기가 장기화됐을 때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혁신’으로 묶인 종목들은 대체로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 역시 FAANG 2.0의 장점이다. 또한 김 수석연구위원은 “전통 가치주에 속하는 종목이 많아 빅테크 대비 높은 배당수익률을 자랑하는 것도 FAANG 2.0의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