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먹거리에서 지구 온실가스 31% 나온다

코로나가 부른 '플라스틱 팬데믹'에
우크라 사태로 식량위기까지 겹쳐
음식물 인한 이산화탄소만 33억톤
"일상생활서 먹거리 문화 바꿔야"





지난 1670~1671년 조선에서는 냉해·수해 등에 따른 경신대기근으로 인해 약 100만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가 전국을 휩쓴 것이다. 당연히 사회 불안이 가중됐다. 2010년에는 러시아가 가뭄으로 밀 수출을 중단하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빵 가격이 폭등했다. 이로 인해 ‘아랍의 봄’이 펼쳐지며 리비아·이집트 등에서 정권이 교체됐고 시리아에서는 내전으로 이어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난이 도미노 식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후위기에다 코로나19 사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식량난·물류난 심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먹거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3분의 1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먹거리의 포장과 운송이 크게 늘며 ‘플라스틱 팬데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늘었다. 기후위기로 황폐화되는 농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난달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식량 위기도 커지고 있다. 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가 심화하면 역설적으로 온실가스가 더 배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우리는 식량자급률이 20%밖에 안 되는데 농산물 수입에도 애로가 생기고 가격도 오른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옥수수와 밀 수출 세계 4위, 5위 국가인데 올 봄 곡물 재배 면적이 절반 이상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등 각국의 규제로 인해 밀 수출 세계 1위인 러시아의 재배 면적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21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평균 무려 410ppm에 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분석한 먹거리 온실가스 세부 배출량(2019년)을 보면 전체 온실가스는 540억 톤으로 이 중 먹거리에서 170억 톤(31%)이 배출됐다. 생산 72억 톤(42%), 전후방 활동 58억 톤(35%), 삼림파괴·습지훼손 등 토지 이용 변화 35억 톤(23%) 등이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이 중 음식물의 생산·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13억 톤가량으로 1인당 168㎏(77억 명 기준)이나 된다”며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33억 톤에 달해 탄소 중립 노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에 2018년 발표된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 논문에서도 식품 공급망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137억 톤)가 전체 온실가스의 26%를 차지하며 유엔 통계와 대동소이했다. 축산어업(수산양식 포함)이 31%로 가장 많았고 농작물 생산(27%), 토지 이용(24%), 운송(6%), 포장(5%), 가공(4%), 유통(3%) 순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0년 말 전 세계에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먹거리가 온실가스 생성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다시 인류가 식량 위기를 겪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사이언스 논문 저자인 조셉 푸어 옥스퍼드대 교수는 “동일한 제품의 생산자 사이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50배나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식생활 변화도 생산자들이 할 수 없는 규모의 환경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유엔거버넌스센터의 심보균 원장은 “오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의 혁신적 변화와 함께 일상생활의 먹거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먹거리 전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수치화해 감축 목표를 정하고 성과를 공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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