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할 때까지 폭행하고 전기고문"…러軍의 만행

프랑스 언론사 통역사, 9일간 피랍 상황 전해
나무에 묶고 폭행…러시아 지지 편지 강요도
납치 지하실서 전직 우크라 고위 공무원 만나
국경없는기자회 "증거자료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출"

러시아 군용차량(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프레스(Press)’ 표시를 부착한 자동차를 타고 가던 언론사 통역사를 납치해 9일 동안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취재하는 프랑스 언론사의 현지 코디네이터이자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니키타(가명)는 지난 5일 러시아군에 붙잡혀 9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


당시 니키타는 우크라이나 중부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 언론사 직원들과 함께 머물다가 가족들이 지내는 마을에 러시아군의 폭격이 거세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니키타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프랑스 언론사 차량을 빌려 가족들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차를 몰고 가족들에게 가던 니키타는 매복해 있던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특히 니키타가 몰던 차량 앞엔 취재 차량임을 알리는 ‘프레스(Press)’ 표시가 붙어 있었지만 러시아군은 니키타의 차량에 수십발의 총알을 난사했다. 니키타는 곧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민간인이라고 소리치며 차에서 내렸다. 6명의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붙잡아 바닥에 내팽개친 뒤 구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의 눈을 가려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위치한 장소로 데려가 다시 폭행을 이어갔다. 니키타는 자동소총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몸 곳곳을 맞다가 치아가 깨지고 피를 토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도랑에 던진 뒤 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듯 니키타를 겨눴다가 일부러 빗나가게 총을 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니키타를 숲속 야영지로 데려가 나무에 묶고 폭행을 이어갔다. 군인들은 개머리판과 쇠막대기를 휘둘렀고 니키타는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3일 동안 숲속 나무에 매달려 있던 니키타는 러시아군에 납치된 다른 민간인 2명과 함께 지난 8일 장갑차에 실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러시아군은 니키타에 5~10초 가량의 전기 충격을 가했다.


또 니키타는 이들의 강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쓰고 서명했다. 이후 바닥에 물이 흥건한 지하실로 끌려가 갇혀 있었고, 이틀 뒤 끌려간 또 다른 지하실에서 피랍된 전직 우크라이나 고위 공무원을 만났다. 니키타는 납치 9일 차인 지난 13일 풀려났다.


한편 RSF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르비우에 개소한 언론자유센터에서 니키타의 증언을 확보했다. RSF는 목격자 진술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모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