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 대종사 “반목·질시 지양하면 나라도, 백성도 편안”

30일 서울 조계사서 추대 집회 봉행
“새 정부, 얼마나 잘 하나 말보다 행동 두고 볼 일”
“개인들도 한 걸음 양보하면 사회 갈등 풀릴 것”


“(정치인들이) 말은 얼마나 잘 하는지 입댈(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새 정부가 잘 하기를 바라고 얼마나 잘 행하나, 두고 볼 일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최고 지도자인 종정(宗正)으로 추대된 중봉 성파(性坡·사진) 대종사는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스님은 중국 당나라 시대 일화를 예로 들었다. 백거이가 도림선사에서 ‘불도란 무엇이냐”고 묻자 도림선사는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며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백거이가 ‘세 살 먹은 어린 애도 알고 있다’고 반문하니 도림선사는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한다. 그 동안 정치인들이 대선 국면에서 듣기 좋고 입 발린 말만 했는지 이제는 실제 행동으로 옮길 지 국민들이 지켜볼 때라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일개 산승(山僧)”이라 부르며 시종일관 소탈함과 해학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성파스님 임기는 26일부터 시작하며 추대 집회는 30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다. 그는 월하스님을 은사로 1960년 사미계를, 1970년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그는 사회 지도자들에 대해 “아상(아집이나 편견 등을 뜻하는 불교 용어)과 인상을 지양하고 공덕림(公德林)을 길러야 한다”며 “숲이 우거지면 곤충과 새, 뭇짐승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반목과 질시를 지양하면 나라도 백성도 편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성파 스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말에는 “내 처신도 제대로 모르는데 사회에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물에 빠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보다 악랄한 것이 인간의 악심(惡心)”이라며 “춘풍이 불면 꽃이 피듯이 큰 권력을 가지지 않은 개인들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한 걸음 양보하면 사회 갈등도 풀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성파 스님은 그림과 글씨, 도예 등 전통 공예에 능하고 전통방식으로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손수 담가 보급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가도 아닌데 언론에서 부풀려 띄운 게 아닌가 싶다"며 “종정에 오르려고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식을 옆에서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파 스님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조계종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동안 신라, 고려, 조선 등 시대가 바뀌어도 전통 불교는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민족문화의 상징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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