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034730)그룹 회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관 공동 정책 개발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존재감을 다시 키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는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 회장은 지난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민관 협업을 강조하고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하니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제는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에 공감한 듯한 발언이었다.
최 회장은 특히 규제 개혁과 관련해 무조건적인 억제책보다는 인센티브 위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일을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탄소 중립의 경우도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 감소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세팅(지원)해 줘야 한다”며 “정부도 스스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해 줬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를 만드는 정책에는 반대”라고 선을 그었다.
새 정부의 통상 교섭 기능을 두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기업을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와 주로 소통하는 산업부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대한상의의 국민 참여형 홈페이지 ‘소통플랫폼’에 올라온 제안 1만 건도 이번 주 안으로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이 재부상하는 움직임을 두고는 “대한상의와 라이벌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면서도 SK의 전경련 재가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 가입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서는 “왜 형법으로 만들었는지 아쉽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기업과 관련된 문제는 경제로 다뤄야 하는데 형법 형태로 다루면 비용 등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를 회피하게 된다”며 “이 법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 가능성에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결국은 공급망 다변화에 따라 돌아가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쟁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지금도 석유 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고통이 도미노처럼 계속 발생한다.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회·환경 문제도 되고 탄소 문제도 해결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