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국방부 수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2주 가까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NYT·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달 11일 이후 2주째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 역시 비슷한 시점에 사라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쇼이구 장관은 이달 11일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모스크바 군 병원을 방문해 부상병에게 훈장을 수여한 일정을 마지막으로 공개 행보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쇼이구 장관이 18일에도 군 병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지만 영상은 자료화면을 사용했다.
쇼이구 장관이 이처럼 장기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잠재적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시베리아로 사냥이나 낚시 여행을 함께 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기여한 공훈이 있고, 한때 러시아군 정보조직인 총정찰국(GRU)을 이끌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의 한 측근은 러시아 매체 아겐츠트바 인터뷰에서 그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아픈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나 크렘린궁 모두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11일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정보 임무 실패를 두고 보안 기관들에 격노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나온 시점에서 러시아군 최고지도부 2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군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쇼이구 장관 등 이번 전쟁을 벌인 '장본인'들의 자리가 불안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