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 대한 출국 정지를 해제했다. 중국으로 발령받은 카젬 사장의 출국을 막으면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산업계 우려가 수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 행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카젬 사장에게 출국 정지 해제 사실을 통보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재판 중인 카젬 사장을 출국 정지했다. 미국 GM 본사가 카젬 사장을 중국 SAIC-GM총괄 부사장으로 발령 낸 상황에서 출국을 막아버린 것이다. 카젬 사장에 대한 검찰의 출국 정지는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출국 정지 직후 카젬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출국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해제로 법원에 대한 소송 제기는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카젬 사장의 출국 정지가 풀리면서 한국GM 후임 사장 선임 작업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GM 본사는 카젬 사장에 대한 출국 금지로 후임 선임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형사 기소를 당해 출국 정지까지 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한국 법인의 대표를 맡으려고 하겠느냐”며 “GM 본사도 후임 선임에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출국 정지 해제는 GM 본사의 한국 투자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카젬 사장의 출국 정지 해제 여부는 외국인투자가들도 예의주시했던 사안”이라며 “법무부의 해제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가의 우려를 덜고 한미 동맹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이어 “최근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악화하면서 우리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 대비 외국 제조업의 국내 투자는 위축되는 추세”라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개 경제 단체 회장을 만나 부당한 규제 개혁과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을 피력한 만큼 법무부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