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887억 성과급 달라"…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소송 왜?

임지훈 전 대표, 창업자 상대 민사소송
2013년 투자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2억 원 투자했는데 2조 원으로 급등해
"펀드 운용 성과로 약속한 887억 달라"
카카오 "법률상 절차 미비…지급 보류"
업계 "퇴사자 등 정관 모호해 소송난 듯"

임지훈(왼쪽) 카카오 전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임지훈(42) 카카오(035720) 전 대표가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6)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카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약속한 수 백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가치 급등에 따른 공로, 성과를 두고 양 측이 생각하는 적정 보수·절차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조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최근 김 의장과 카벤을 상대로 5억 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5억 원은 임 전 대표 측에서 소 제기를 위해 우선 설정한 금액으로 실제 주장하는 액수는 최대 88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대표는 최근 청산된 카카오벤처스 1호 펀드와 관련해 카카오가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김 의장과의 인연으로 카카오의 벤처 전문 투자 회사인 카벤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임 전 대표는 성과 보수 계약을 체결했는데 성과급(우선 귀속분)의 70%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2월 이 합의는 다시 조정돼 우선 주기로 한 보상의 70%를 44%로 낮추고 대신 ‘근무 기간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조건의 계약 내용이 추가됐다.


임 전 대표가 운용한 펀드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해 소위 ‘대박’이 났다. 펀드는 2013년 두나무 주식 1000주를 2억 원에 사들였고, 이 주식 가치는 8년이 지난 지난해 말 2조 원으로 평가 받았다. 암호화폐 ‘붐’과 함께 카벤이 투자한 지분이 껑충 뛴 것이다. 이로 인한 펀드 운용사 카벤의 수익도 3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대표는 이후 2018년 카카오 대표에서 물러났다. 1호 펀드는 지난해 12월 청산됐다.


임 전 대표는 펀드 청산에 앞서 카벤으로부터 지급될 성과 보수는 ‘현금 29억여 원, 현물 두나무 주식 12만1106주’라는 내용의 정산 내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내부에서 본 두나무 기업가치는 주당 50만 원으로 임 전 대표가 받을 총 금액은 최소 6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하지만 카벤 측에서 올 초 임 전 대표에게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고 임 전 대표 측에서 “약속한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내게 됐다. 임 전 대표 측은 “임 전 대표 덕분에 카카오와 카벤이 큰 이익을 거둬놓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성과급 부여와 관련해 법률상 절차적 미비가 확인돼 지급을 보류했다”며 “성과급의 유효성과 (지급) 범위에 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양 측이 펀드 설정 당시 성과보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못한 탓에 이견이 생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정관에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받는다고 명시해야 할텐데 그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임 전 대표가 펀드 청산에 앞서 퇴사를 해서 퇴사자에 대한 규정도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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