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명예회장이 4년에 걸친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조사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행정소송을 포함한 불복 대응을 할 경우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 등 3사 합병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어 중과실 판단을 감내했다고 밝혔다.
2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전화 통화를 연결한 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떠났지만 대주주로서 말씀드린다"며 "금융 당국의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 판결까지 길어지면 3사 합병을 못 하기 때문에, 불명예스러워도 참고 넘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상장사 3개의 10여 년치 회계 자료를 4년 이상 감리한 건국 이래 처음일 것"이라며 "불복하면 주주들이 원하는 3사 합병이 하세월이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약 4년에 걸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분식회계 혐의를 벗고 거래 정지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금융당국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라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중징계, 과징금 등으로 제재 강도가 약화됐다. 당시 셀트리온그룹은 금융당국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지만, 서 회장은 제재 수용의 배경으로 3사 합병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기업 상속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서 회장은 "모든 계열사 주식이 모두 제 이름으로 돼 있고 가족들 이름으로 된 자회사 하나 없다"며 "항후 상속세로만 셀트리온그룹은 국영기업이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편법적, 불법적으로 사전에 증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주가 약세에 대해서도 주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서 회장은 "주주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게 예의일 것 같아 불숙 전화했다"며 "명예회장으로서, 또 대주주로서 현재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는 실적으로 주가를 견인해야 한다"며 "후배들을 도와 직원은 웃으며 일하고 주주는 회사를 자랑스러워하도록, 기업가로써 정도를 걸어가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게 "나중에 3사 합병이 진행되면 최대한 많이 찬성에 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