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합니다.”
25일 대구 정치권이 전날 사면 이후 대구 달성군 자택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술렁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의 심장’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군에 박 전 대통령의 옥바라지를 도맡은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했다. 대구시장 선거가 박 전 대통령의 입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 변호사는 이날 대구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구시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할 것이며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할 것인지는 가족과 고심 중”이라며 “개인적 욕심은 없으며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이든, 2년 후 총선이든 국민이 원하고 여건이 무르익으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의 이 발언을 대구 정가는 물론 중앙당인 국민의힘과 서울 정치권까지 주목하고 있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은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면서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고향 대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이 고향인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 지역 유력 언론에 대구시장 출마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유 변호사는 부산 서면에서 태어났지만 대구 서구 비산동으로 이사해 서부초교를 다녔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할 것” “여건이 무르익으면 따르겠다”고 한 발언이다. 듣기에 따라 개인적인 출마 욕심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를 이어받은 후계자로 나서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곧바로 반응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해온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발언을) 본인이 직접 정치를 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입장 발표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대구시장 선거는 권영진 현 시장의 3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로 귀향하고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선거에 나설 의사를 밝히자 대구시장 선거가 차기 지방선거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대구시장 구도를 2강(홍준표·권영진), 1중(김재원) 구도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들어 단숨에 2강을 제칠 파괴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합종연횡할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선이 치러진다면 유 변호사와 누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판세 자체가 뒤집힐 수도 있고 본인의 정치력에 따라 후보가 될 수도 있다. 대구 지역에 밝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엇을 명분으로 뭉치고 흩어지는지가 중요하다”며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간 회동 내용에 따라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변호사는 이날 채널A 뉴스에 출현해 윤 당선인 측이 다음 주 대구를 찾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등을 거론하며 "(윤 당선인 측에) '그런 시간은 조금 나중에 한번 조율해보자'는 식으로 말씀을 전해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의 박 전대통령 예방은 4월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의 대구 자택 매입 비용과 관련해 "가로세로연구소 분들의 도움을 받은 게 맞다"며 책 저작료 등으로 갚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