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안이 사법 리스크 논란 속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된 것은 주주들이 불확실성보다는 안정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현 경영진의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이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전날 주총을 끝낸 신한금융지주를 포함해 4대 금융지주에 논란이 됐던 안건들이 이번 주총에 부의돼 결과에 관심을 모았다.
가장 치열할 것으로 생각됐던 하나금융지주 주총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함 부회장이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신임 회장으로 결정됐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전날 찬성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67.53%에 달하는 하나금융지주로서는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의견이 부담이었지만 외국인 주주도 안정을 선택했다.
KB금융 주총에서는 노조 추천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다섯 번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등에 의한 주주 제안으로 부의된 김영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률이 5.6%로 최종 부결됐다. 우리금융 주총에서는 이원덕 행장의 비상임이사 선임 건이 주총을 통과했다. 일부 의결권 자문기관이 이 행장의 선임을 반대했지만 안건은 어렵지 않게 통과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의 주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주주들은 현재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업계에서는 주총 안건이 부결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주주들이 피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최근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다 이를 바탕으로 중간·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주주들이 신뢰를 보낸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4대 금융지주는 14조 543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또 경신했으며 배당 성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26%대로 복귀시켜 지난해 총배당액(3조 7505억 원)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안이 부결됐을 경우 경영 공백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끌고야 갔겠지만 급변하는 경제·금융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도 이번 주총이 논란이 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 대해 금융지주의 자체적인 시스템 개선 노력 등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