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료는 외교부를 보면 시쳇말로 어이가 없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기 전부터 전임 장·차관 등을 총동원해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 붙이기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서더니 얼마 전에는 업무 시간에 관련 포럼까지 열더라”며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해왔지만 조직 개편과 관련해 해당 부처가 자청해서 이런 식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예전 같으면 감사 대상이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요즘 관가의 살풍경이다. 조직 개편을 앞두고 부처 간에 반목과 질시가 팽배하다. 5년 주기로 반복되는 조직 개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도 늘어나고 있다. 차기 정부의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에도 모자랄 판에 자신이 속한 조직이 온전히 남아 있을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의 한 부처 국장은 “요즘 여성가족부·산업부 등 다른 부처 국장들이 부럽다고 한다”며 “부처 개편 이슈에서 비켜 있는 우리가 제일 속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무관은 최근 스마트폰에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세종에서 혹시 서울로 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요새 전세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다행”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보다 전세대출 규제에 더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도 “솔직히 조직 개편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요체”라며 “이걸 알면서도 승진이 걸려 있다 보니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권 교체기에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심하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모든 게 뒤바뀌는 탓에 정책도 올스톱된다. 자연스레 국정 공백이 생기는데, 차기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조직을 지향하다 보니 공직 사회는 더 어수선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조직 개편은 심도 있게 논의하되 결론을 빨리 내줘야 관가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