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먹을 게 없어서 난리인데 정부가 농어민을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있어요. 수입산 밀로 만든 라면·빵만 먹고살겠다는 건가요.”
산업통상자원부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관련 공청회’장. 농어민 50여 명은 일본과 캐나다가 주도하고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CPTPP를 두고 “식량주권 포기”라며 “CPTPP 가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쳤다. 경찰과 농어민 간 몸싸움이 이어졌지만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장내가 소란스러운데 이 또한 농어민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청회를 강행했다.
하지만 CPTPP 개요 및 추진 경과 소개와 각 부처의 국내 보완 대책 방향 설명 등은 각 5분 내외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13명의 패널 토론도 생략됐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도) 경북 영천에서 자라 과수원과 친숙하다”며 농어민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농민들은 “아는 척 하지 말라”고 각을 세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이날 공청회에서 CPTPP 가입으로 15년간 농림축산업에서 연 평균 853억~4400억 원의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하지도 못했다. 공청회는 파행 끝에 1시간도 안 돼 끝났다.
이번 공청회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렸다. 산업부는 공청회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해 국회 보고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농어민단체는 “공청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다음 달 4일 서울 여의도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예고해 충돌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