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자 미국이 제재 카드로 즉각 응수했다.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평가에 따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5일 미국을 겨냥해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미 간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우려했는데 북한은 ICBM에 이어 핵실험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하는 제2자연과학원을 포함해 북한인 1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관 2곳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의 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한 지 1시간 만에 제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긴급 소집했다. 안보리가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공개 회의를 여는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 북한의 ICBM 발사 소식을 듣고 즉각 규탄 성명을 내놓았다. 또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안보 공약도 재확인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대응을 예상한 듯 거칠게 반응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신형 ICBM ‘화성 17형’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한 뒤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압도적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당대회에서 천명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이 같은 무력시위와 관련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주변국의 이 같은 우려에도 북한이 ICBM 추가 발사와 핵실험까지 단행할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해 또 도발하고 미국은 추가 제재에 나서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붙는 정세가 나타나면서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할 위험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