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1주택 보유세 완화…내년 2년치 세폭탄 맞는다

내년 보유세, 올해와 내년 2년치 상승분 반영
1주택자, 올해보다 최대 46% 세금 더 낼 듯
정부 땜질식 세제 정책에 세금폭탄 '사정권'
추가 완화 조치 급선무…尹 세제 정상화 예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우선 추진 가능성


정부가 최근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올해 보유세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고액의 세금 고지서를 받아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보유세의 과세표준은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되겠지만 내년에는 2년 치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일 서울경제가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많게는 4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지별 공시가격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오른다고 가정하고 보유세 예상치를 산출한 결과다. 올해 집값 상승률이나 정부의 세제 개편 등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 및 세 부담은 변동될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 1가구를 보유한 A 씨의 내년 보유세는 1677만 5340원으로 올해(1141만 4616원)보다 4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보유세 부담이 전년 대비 3%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대우’의 같은 면적을 보유한 B 씨의 보유세는 올해 514만 7544원에서 내년 748만 8300원으로 45.5% 뛴다. 올해 0.73% 오르는 것에 비해 약 62배 늘어난 수치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전용 84㎡)’ 1가구의 내년 보유세도 올해보다 44.3% 증가한 409만 9404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도 내년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주택자에 비해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2가구를 보유한 경우 내년 보유세는 1억 4862만 7080원으로 올해(1억 2694만 1996원)보다 17.1% 늘어난다. ‘대치아이파크’ 전용 84㎡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를 보유하면 올해(8537만 6877원)보다 27% 오른 1억 846만 1077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내년 보유세 부담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은 정부의 ‘땜질식’ 세제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올해 1세대 1주택자의 보유세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과 집값 상승 등으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자 ‘임시방편’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7.22%로 지난해 19.05%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 매년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내년부터 늘어날 보유세 부담을 해결할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주택자에 이어 1주택자까지 ‘세금 폭탄’ 사정권에 들면서 근본적인 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정부의 세 부담 완화 방안에서는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9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리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검토 대상은 아니었고 전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제 개편의 공은 5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부동산 세제 강화로 집값 안정을 꾀했던 현 정부 정책은 실패로 끝난 만큼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개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계획을 재수립하는 방안 등이다. 아울러 현재 0.6~3.0% 수준인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인 0.5~2.0%로 낮추고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은 정부 의지만으로도 가능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세법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택 기준으로 40~80%, 종부세법은 60~100%까지 해당 법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40%로, 100%에서 60%로 각각 낮춰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회 논의를 거쳐 추가적인 세제 개편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시간이 촉박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정 등 근본적인 세제 개편 방안은 대통령직인수위와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