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었던 말기 루게릭병 환자가 뇌에 칩을 심은 후 처음으로 의사 소통에 성공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스위스 위스 생물신경공학 센터의 요나스 짐머만 박사와 독일 튀빙겐대 닐스 비르바우머 교수 연구진은 온몸이 마비된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가 전기신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난치질환이다. 발병 초기에는 팔다리가 쇠약해지고 병이 진행하면서 결국 호흡근이 마비돼 수년 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36세의 말기 ALS 남성 환자가 뇌에 이식한 전극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가족들에게 “굴라시 수프와 완두콩 수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네 살 아들에게도 “디즈니 영화를 같이 보겠느냐”며 “내 멋진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환자를 대상으로 뇌의 운동피질 한 부분에 가로 세로 길이가 3.2mm인 정사각형 모양 미세전극 어레이(배열) 두 개를 삽입했다. 어레이에는 바늘 모양 전극 64개가 달려 있어 뇌신호를 기록한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간단한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를 답하도록 했지만 처음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3개월 가량 시도한 끝에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또 환자에게 전극을 삽입한 부위 주변을 중심으로 뇌 신호 속도를 바꾸는 방법을 연습하도록 했다. 3주 후 이 환자는 자기가 원하는 문장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음악을 크게 틀어줘", "내 위치를 바꿔달라" 같은 문장을 표현하게 됐다.
다만 이 기술은 현재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하루에 세 문장 정도만 표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은 눈동자까지 마비된 환자가 의사소통하는 기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기 어려웠다”며 "환자의 컨디션이나 뇌신호를 보정하는 기술을 향상한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