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말다툼 도중 격분해 함께 타고 있던 차량을 저수지로 몰아 물에 빠트려 남편을 숨지게 한 60대가 2심에서도 살인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3부(김성수 부장판사)는 A(60) 씨의 살인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11일 저녁 9시 56분께 평택의 한 저수지 인근 공터에 주차한 스포티지 승용차 안에서 남편 B씨와 말다툼 중 격분해 차량 액셀을 밟아 저수지로 돌진했다. 저수지 턱에 걸린 차량은 이내 전복되면서 물에 빠졌다.
A씨는 추락 후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사고 충격으로 목 부위를 다쳐 몸이 마비된 B씨는 탈출하지 못하고 익사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죽어버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등 감정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이었으며,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나 EDR(차량 사고기록장치) 정보 등 객관적인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이 저수지로 추락하기 전에 멈추려 하거나 주저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차를 급가속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겨울철 차량의 저수지 추락 사고는 사망의 가능성이나 생명에 대한 위험성이 매우 높고, 피고인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살해 동기가 불분명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고의로 차량을 저수지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격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충동적으로 차량을 운전해 저수지로 돌진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순간적으로나마 예견했으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