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가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으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P통신은 체르니히우의 주민들은 매일 밤마다 지하 은신처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추위를 피하고 있으며 낮이면 폐허가 되어가는 도시에서 먹을 물과 근소한 음식 배급을 얻기 위해 폭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줄을 서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도시를 철저히 봉쇄하고 원거리 포격으로 도심을 짓밟고 있어서 거리에 떨어지는 폭탄과 수습 못한 시신들이 방치되는 등 러시아 남부 도시 마리우폴과 흡사한 모습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체르니히우 시민이며 언어학자인 이하르 카즈메르차크(38)는 AP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밤마다 지하실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한가지 뿐이다. 모두가 체르니히우가 제2의 마리우폴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체르니히우 시내는 전기,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또 약국, 상점 등도 모두 문을 닫아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하루에 1인당 10리터씩 배급되는 식수를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 빈 병과 물통을 들고 급수 트럭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음식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인데 러시아 군의 폭격과 포격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데스나강과 드니에프로강 사이에 위치한 체르니히우는 지난달 24일 러시아 군이 수도 키이우를 속전속결로 점령하기 위해 벨라루스로부터 진격하는 가로에 놓여 있다. 이 곳에서 키이우까지의 거리는 147km 정도다.
블라디슬라브 아트로셴코 시장은 체르니히우에서 도망친 피난민의 수가 인구 28만 명의 절반 정도이며 민간인 사망자도 매일 수백명씩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로셴코 시장은 우크라이나 TV를 통해 “러시아 군이 청명한 날씨에도 일부러 주택가를 오폭하는 척 하면서 학교, 유치원, 교회, 주거용 아파트, 심지어 축구 경기장까지 공습과 포격을 가해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3일 체르니히우에서 키이우로 통하는 도로의 데스나강 교량을 폭파했고 다른 보행자용 교량들도 포격으로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이로 인해 도시로 들어오는 마지막 식품과 의약품 구호품들도 통과하지 못하고 끊긴 상황이다.
포위망을 뚫고 폴란드에 도착한 체르니히우 피난민들은 러시아 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도심의 학교, 경기장, 박물관, 수많은 주택 등이 초토화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페도로비치(77)는 “러시아 군은 모든 상하수도 시설이 파괴돼 데스나강으로 먹을 물을 뜨러 가거나 줄을 서서 음식 배급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신히 폭격을 피했지만 폭탄이 빵을 얻으려고 서있는 앞 줄의 사람들 위에 떨어져서 16명이 즉사하고 수 십명이 팔다리가 잘리는 등 중상을 입었다”며 “파괴된 집들과 화재, 길거리의 시신들과 계속되는 공습으로 이제 시민들은 겁을 먹고 피하는 데도 지쳐서 아예 지하 대피소로 내려가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내 여러 전선에서 밀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군의 반격으로 점령했던 지역을 빼앗기는 등 난관에 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키이우에서도 점령이나 항복을 받지 못하고 원거리에서 무자비하게 민간인들을 향해 폭탄을 퍼붓고 있다고 미국과 프랑스의 군 지휘관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