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집밖'…백화점 세일공식 달라진다

■4월 1일부터 정기세일 돌입
작년봄 명품 등 폭발적 실적냈지만
올핸 해외여행 재개 분위기 겹쳐
구매처 분산으로 실적 낙관 못해
패션·뷰티·아웃도어 제품 전면 배치
변수 반영한 판매 전략 성적표 주목


국내 백화점들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봄 정기 세일을 앞두고 고객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보복 소비가 폭발하며 깜짝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고객 분산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로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년(1월) 세일 결과가 한 해의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면 올해는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과 경기 이슈가 반영되는 4월 실적이 더 의미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미뤄뒀던 패션, 뷰티, 아웃도어 소비 공략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이 내달 1~17일 봄 정기 세일에 들어간다. 올봄 세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야외 활동’이다. 각종 방역 조치 완화로 ‘집콕(외출 자제)’에서 ‘집 밖’으로 이동하는 소비자 수요를 정조준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그린 이스케이프(GREEN ESCAPES)’를 테마로 다양한 골프 상품과 캠핑·러닝·등산 등 야외 활동 관련 브랜드가 대거 참여하는 할인 행사를 펼친다. 봄을 맞아 야외 파티나 캠핑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규모 ‘와인 페스타’를 비롯한 주류 행사도 열 예정이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렛츠 고 아웃(LET’S GO OUT)’이라는 주제로 스포츠 웨어와 여성 의류 등을 강화하며 봄나들이 수요를 겨냥했고, 현대백화점(069960)도 외부 활동에 방점을 찍고 봄 패션 종합 제안전과 팝업 행사 등 다양한 의류·잡화 관련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외부 활동 수요에 맞춰 관련 행사와 프로모션을 준비했다”며 “고객들 구매와 협력사의 재고 소진을 돕기 위해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해 백화점 4월 정기세일 당시 명품은 매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연합뉴스

살아나는 여행 수요…백화점 세일엔 악재 될 수도

이번 4월 세일은 ‘포스트 코로나의 매출 가늠자’라는 점에서 백화점 업계가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 올 1월 신년 세일까지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해외여행 제한으로 명품 중심의 쇼핑 수요를 백화점이 흡수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봄 정기 세일 당시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51% 늘었고, 현대(44%)와 롯데(40%)도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봄 역시 보복 소비와 (정기 세일을 진행하지 못한) 2021년의 기저 효과가 더해져 주요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뛰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년간 명품 시장이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지난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팬데믹 이후 국내 명품 수요가 지금까지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복 소비의 중심엔 고가의 명품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해외여행이 다시 열리고 구매처가 분산 되면 백화점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소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2021년은 코스피 3000 돌파와 부동산 시장 과열 등 ‘자산 가치 상승’이 구매를 촉진했지만, 올해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 물가 부담이 커졌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새 정부의 50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계획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의 여파로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상승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각종 변수가 반영된 이번 세일 결과는 백화점들의 향후 전략 수정에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