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세계경제 먹구름과 尹정부 23개월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2년 뒤 총선에 새 정부 국정동력 달려
의욕만 앞선 과도한 정책 추진 피하고
규제 개혁 통한 민간 역동성 강화 등
쉬운 정책 집중해 국민에 성과 보여야



윤석열 정부는 전반 23개월의 국정 운영 성과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 집권 23개월 후인 2024년 4월 10일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가질 것이며 승리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국회를 여대야소로 바꾸고 국정 운영에 힘을 얻어 정책 개혁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를 바꾸는 데 실패한다면 2027년 대선을 향하는 남은 37개월간 국정 운영은 거대 야당의 견제로 더욱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초래한 ‘갈아보자’는 민심에 힘입어 정권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이 23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민간 주도 혁신 성장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는 데는 두 가지 큰 난관이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 경제 운영의 틀을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 추진을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야당과의 대립과 갈등이 가로막고 있다.


더 큰 어려움은 세계 경제 환경 악화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충격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전쟁의 충격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1% 하락시키고 세계 물가를 2.5%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F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증대로 세계 경제가 에너지 무역 구조와 글로벌 공급 사슬이 재구축되는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금리 인상 등 금융 긴축 정책 추진, 그리고 이에 따른 세계적 경기 후퇴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진국들의 금융정책 추진은 물가가 안정되기 전에 경기 후퇴를 촉진해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이 함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초과 수요로 유발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사슬 애로와 원유가 상승 등 주로 공급 측 요인으로 촉발된 것이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이 가해져 에너지와 곡물 및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세계적 경기 후퇴, 글로벌 공급 사슬 재편을 망라한 세계 경제의 ‘퍼팩트스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자병법에 ‘잘 싸운다는 것은 이기기 쉬운 자에게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즉 전략적 목표 선택이 승리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전반기 23개월에 그를 선택한 국민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쉬운 정책에 집중해 성과를 보이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며 동시에 집권 초의 의욕으로 과중한 정책 목표를 추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무거운 과제들은 후반기 37개월로 미뤄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확대해 세(勢)를 얻은 다음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 경제의 격동에 최선으로 대응하는 국가 전략은 글로벌 환경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의 대응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규제 개혁 등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정책 추진은 세계 경제가 격동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버티게 하는 최선의 정책인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