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겨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이 연일 도를 넘고 있다. ‘부조리’라고 규정하고 ‘볼모’ ‘인질’ 등의 비판을 이어가다 2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는 요구하지 않은 것들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관철하려는 불법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까지 거론한 것은 결국 전장연을 매개로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애인의 이동권 주장을 특정 정파의 불법 시위 프레임으로 몰아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목표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혐오 조장’으로 맞받아치고 있고 당내에서조차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단체가 집회와 시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윤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대해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문명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 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에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 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 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공권력의 물리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하게 장애인 단체를 몰아세운 이 대표가 대선 전에는 전장연을 만나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8월 이 대표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만나 “저희가 기획재정부를 혼내는 방법은 대선에서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 하여튼 당 대표의 주안점은 이동권(이다.)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장애인 이동권의 형편을 알면서도 갈라치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선 전 세대·성별 등의 갈라치기 전략 탓에 “하마터면 질 뻔했다”며 ‘이준석 책임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또다시 갈라치기에 나서자 당내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상황이다. ‘실력주의’로 포장한 여성과 장애인 갈라치기가 향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 동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과 권리 확대는 헌법적인 권리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했고 권지웅 비대위원도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의 불편을 없애는 방법은 시위를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위를 하게 되는 이유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상민 의원도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더니 아무리 나이 젊어야 뭐하냐”며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각장애인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은 아예 전장연 시위에 동참했다. 그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