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5640억이 단순 투자?…한진칼 경영권 분쟁 재점화할 수도

■호반, 한진칼 2대 주주로
반도건설·조현아와 연합땐 37%
조원태 우호지분 44%보단 적지만
호반, 추가지분 인수 가능성 열어
업계선 '2년전 악몽' 재현 우려도

호반그룹이 한진칼(180640)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 기존 최대주주인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호반건설 측은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추가적인 지분 인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업계에서는 2020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CGI는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CGI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은 장기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섰고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된다”면서 “한진칼에 대한 투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고 지분 매각의 배경을 설명했다.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1162만 190주로 지분율은 17.41%다. 지난해 말 주주 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한진칼의 주요 주주는 조원태 회장 및 특수 관계인 20.93%, KCGI 17.41%,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한국산업은행 10.58% 등이다. KCGI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호반건설이 조 회장 및 특수 관계인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주식 940만 주를 5640억 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단순 투자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항공업에 관심이 높아 2015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것에 이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춰 한진칼 지분에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이번 지분 인수는 지배구조나 경영 참여와는 무관한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이 완료될 경우 호반건설과 반도건설, 조현아 전 부사장(2.59%)은 총 37.0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조 회장과 그의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는 델타항공·산업은행이 가진 지분(총 44.72%)보다 적어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최근 전방위적인 인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만큼 추가적인 지분 인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호반건설 관계자 역시 “콜옵션이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반도건설·한진그룹 등과 향후 계획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3대 주주인 반도건설 관계자는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이 2020년에 이어 최근 주총에서도 표 대결에서 계속 패하면서 KCGI측이 엑시트를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호반건설 측에서 따로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호반건설과 반도건설 모두 연합을 통해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2020년에는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연합해 한진그룹 오너가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진칼의 주요 주주가 되고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을 기점으로 3자 연합은 사실상 와해됐다. KCGI는 최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등 주주 제안에 나섰지만 모두 표 대결에서 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이번 지분 매입이 항공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진행되는 가운데 양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 3곳 중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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