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용 대마 합법화 길 열리나…정부 재배단지 조성 검토

농림식품부 안전관리 연구 용역
각국 '합법화 전환' 추세에 동참
시장도 2030년 167억달러 전망
정체된 농가 소득에 돌파구 기대

정부가 산업용(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대규모 재배 단지 조성을 검토한다. 환각 물질이 적은 산업용 대마를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산업화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업용 대마 생산 전 주기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 관리 제도가 완비되면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시설 재배 단지 조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환각 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함유량이 0.3% 미만인 대마를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내는 방식 등이 유력하다.


세계 각국은 이미 산업용 대마 규제를 완화해 산업으로 육성하는 추세다. 미국은 현재까지 36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2018년에는 대마 성분으로 만든 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의 사용을 승인했다.


의료용뿐만 아니라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한 캐나다는 의료목적대마사용등록제(ACMPR)를 도입해 2020년 기준 3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대마 성분으로 치료받고 있다.


이에 글로벌 산업용 대마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7억 4470만 달러 수준인 산업용 대마 시장 규모는 연평균 16.8%씩 성장해 2030년 167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마를 특용작물처럼 재배하고 수출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농가의 정체된 농업 소득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5년 1126만 원이었던 전국 농가의 연평균 농업 소득은 2020년 1182만 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찌감치 대마의 산업적 가치를 인지하고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심현주 전북대 약대 교수의 ‘LED 식물공장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첨단 식의약 소재 산업화 기술개발 사업’을 바이오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첨단바이오신소재) 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의약용 대마를 포함한 식물공장 생산 작물의 산업화 기반을 구축하는 국책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경상북도와 함께 안동시를 산업용 대마(헴프) 규제자유특구에 지정해 안전성과 상업성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낡은 규제 탓에 해외 제약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1976년 제정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산업용 대마 원료는 사용할 수 없는 반면 대마를 원료로 한 완제품 사용은 일부 허가돼 고가의 치료제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 1병 가격은 164만 원으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연간 약 10억 원 규모를 수입한다. 김문년 계명대 약학대학 객원교수는 “30㎏ 소아 기준 에피디올렉스를 한 달에 1병씩 장기 또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료 비용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희귀병·난치병 환자들의 고통과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도 환각 물질 함량에 따라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마 오남용 문제는 합법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앞서 환각 물질인 THC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헴프씨드(대마씨앗)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돼 긴급 회수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헴프씨드 제품의 THC 함량 기준을 5ppm(5㎎/㎏)으로, 헴프씨드오일(대마씨유) 제품의 THC 함량 기준을 10ppm(10㎎/㎏)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현주 전북대 약대 교수는 “대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심층적 검토와 함께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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