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아랍 4개국, 역사적 회담에서 '反이란 연대' 공식화

회담 정례화 방침 밝혀
팔레스타인 분쟁은 불씨로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네게브에서 (왼쪽부터) 압둘라프 빈 라시드 알 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 아야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나사 보우리타 모로코 외무장관, 압둘라 빈 자야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브라함 협약'으로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이집트가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이틀 간의 회담 끝에 중동 내 '반(反)이란 온건연대'를 공식화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8일(현지 시간) 이번 회담을 개최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회담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구축한 새 능력으로 이란을 비롯한 공통의 적을 제지할 것"이라며 네게브 회담을 매년 개최할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이란 핵합의 복원에 대한 이들 국가의 대응 방향이었다. 이들 국가는 이란 핵합의 복원 이후 이란이 예멘의 후티 반군 등 게릴라 세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회담에 참석해 다섯 국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이유다. 블링컨 장관은 "이웃이자 친구로서 미국은 이란 및 이란의 대리인을 포함한 공통의 안보 도전과 위협에 맞서는 데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안보의 최대 이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블링컨 장관은 양측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는 미국 측의 입장을 드러내며 "역내 평화 합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관계 개선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도 "회담에서 두 국가 해법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당장 팔레스타인과 평화 회담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네게브 회담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했던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중동 내 세력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UAE, 바레인과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하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 협약에 북아프리카 모로코가 동참했다. 앞서 이집트는 1979년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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